방한한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정무담당 차관이 오늘(29일) 한국 당국과 대북 정책을 조율한다. 오바마 행정부는 겉으로는 남북대화를 지지한다면서도 실제로는 남북대화와 남북관계 개선을 가로막고 있으며, 나아가 노골적으로 북한 변화(붕괴) 유도를 꾀하고 있다. 이에 우리는 오바마 행정부를 강력히 규탄하며 미국이 하루빨리 북한 변화(붕괴) 유도를 포기하고 남북대화 지지, 북미대화, 6자회담에 적극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최근(26일)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는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남북대화의 속도와 범위에 대해 우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는 “박 대통령은 남북관계의 주요한 진전은 오직 비핵화와 함께 온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성김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발언(13일)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미국 관료들의 발언은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12일)에서 “ … 비핵화 같은 것, 이것이 전혀 해결이 안 되는데, 이것이 전제조건은 아니지만 … 평화통일을 이야기할 수가 없”다는 발언을 미국의 이해에 맞게 재해석한 것이다. 즉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미대화나 6자회담이 개최되기 전에 남북회담이 열려서는 안 되며, 설령 열리더라도 북미대화나 6자회담의 가시적 성과 없이 남북관계의 개선이 앞서가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에둘러한 것에 불과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주장은 비핵화 논의가 남북대화의 전제조건이 아니며, 남북대화가 비핵화 논의에 앞서 열리더라도 비핵화 논의와 선순환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이렇듯 오바마 행정부는 비핵화라는 명분을 들어 남북대화와 관계 개선을 미국의 이기주의 안에 가둬 두려 하고 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1월 22일 유튜브 인터뷰에서 “북한 정권은 결국 무너질 것”이라며 경제제재와 소셜 미디어를 이용한 정보 유입으로 북한 내부 붕괴를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오바마 대통령의 주장은 집권 초기부터 지금까지 줄곧 북한 내부 변화 유도를 추구해 왔던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사실 새로운 것이 아니나, 이러한 북한 변화(붕괴) 유도 정책이 그 동안 모든 북미대화의 모멘텀을 삼켜버리고 남북대화를 가로막아 온 블랙홀이었다는 점에서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 변화(붕괴) 유도를 위해 그 동안 오바마 행정부는 아시아 재균형 정책과 신국방전략을 통해 북한을 군사적으로 압박해 왔으며, 올해는 대북 선제공격 전략인 맞춤형 억제전략을 작전계획으로까지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전시에 북한에 대한 민사작전과 대량살상무기(WMD) 제거 작전을 주 임무로 하는 한미연합사단도 본격적으로 운영된다. 이번 주 미국 특전사령부에서 열리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제거 작전을 위한 한미연합사령관 주도의 대응회의에서는 소니 해킹 사건에 따른 군사적 대응 옵션으로 북한의 군과 정치 분야의 고위 조직을 겨냥한 비밀 사보타주 또는 정보작전도 검토한다고 한다.
한편 오바마 행정부는 유엔 안보리 결의와 미국 독자적 제재를 통한 경제적 압박과 더불어 북한 인권 상황을 대북 압박을 위한 무기로 이용하고 북한 주민의 이완과 봉기를 선동하는 대북 방송을 강화하며 미국 민간단체들까지 동원하여 대북 전단을 살포하고 서울에 유엔 북한인권현장사무소를 설치하려는 등 전방위적인 북한 변화(붕괴) 유도를 꾀하고 있다.
북한도 이러한 미국의 북한 변화(붕괴) 유도에 맞서 “이번 인권 공세가 북한에 핵실험 등 추가 조치를 강제하고 있다”며 4차 핵실험 가능성을 내비치거나 “인권을 구실로 우리 공화국을 군사적으로 침공하려는 미국의 적대시 정책이 명백해진 조건에서 조선반도 비핵화라는 말 자체가 더는 성립될 수 없게 되었다”며 한반도 비핵화를 부정함으로써 대화 재개 가능성을 봉쇄하였다.

이렇듯 미국의 북한 변화 유도 정책은 북한의 반발을 불러와 대화 재개의 걸림돌이 되고 있으며 북미관계를 파국으로 몰아가고 있다. 만약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정국으로 재지정하고 북한이 다시 이에 반발해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나선다면 북미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맞을 것이다.
이에 우리는 오바마 행정부가 키 리졸브/독수리 훈련을 중단하거나 최소한 규모라도 축소하고 공세적 성격을 제거함으로써 남북대화와 북미대화의 분위기 조성에 나서길 바란다. 뉴욕 타임지(2015. 1. 15)도 키 리졸브/독수리 훈련 임시 중단과 북한의 핵실험 임시 중단을 맞바꾸자는 북한의 제안을 수용할 것을 오바마 행정부에 촉구한 바 있다. 중국 당국도 북한의 제안을 지지하고 있다.
올해 초 남북한 최고 지도자들은 광복 70주년이자 분단 70년인 올해 남북 공동으로 8․15 기념행사를 갖고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자는 뜻을 밝힘으로써 남북대화와 관계 개선 분위기를 한껏 높였다. 우리는 이렇듯 모처럼 찾아온 호기가 남북관계 개선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 주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그런데도 미국이 여기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민족적으로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이에 우리는 미국이 더 이상 북한 변화 유도에 매달리지 말고 남북대화 지지와 북미대화, 6자회담 재개에 나설 것을 다시 한 번 강력히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