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정부와 해군은 제주해군기지 불법공사 강행을 즉각 중단하라!
강정바다가 몸부림친다. 구럼비가 통곡을 한다. 백년을 피고 진 중덕바닷가의 풀과 나무가 꺾이고, 천년을 흐른 물줄기가 잘려나간다. 범섬을 휘감고 썩은섬 살포시 짚어 구럼비로 불어온 바람마저 큰 한숨으로 주저앉는다. 강정사람들의 꿈이, 오래된 기억이 묻히고 만다.
해군과 정부의 불법공사로 강정마을의 뭇 생명들이 위험에 처했다. 주민들의 간절한 호소에도, 구럼비 생명들의 비명에도 아랑곳없이 해군과 정부는 불법공사를 강행한다. 구럼비 바위를 깨부수고, 중덕바닷가 마저 밀어붙이려 한다. 무엇과 비교할 수 없고 아무런 조건도 없이 ‘절대적으로 보전해야 한다’며 자신들이 만든 법을 근거로 중덕해안을 절대보전지역으로 지정하지 않았는가. 이제 와 아무런 근거도, 타당한 이유도 없이 없었던 일인 냥 절대보전지역을 해제하고, 이 곳을 절대개발지역으로 바꾸는 것은 어느 나라 법인가. 위법하고 부당한 절차를 반기며 공사를 강행하는 해군은 또 누구를 위한 군대란 말인가.
오늘은 유엔이 정한 세계평화의 날이다.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폭력이 중단되는 날로 평화의 가치를 모든 나라의 시민들이 기념하고 강화시킬 수 있도록 유엔을 비롯한 모든 나라가 평화를 실천하는 날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세계평화의 날, 해군은 해상공사를 비롯한 본격적인 공사를 강행할 것을 알렸다. 세계평화의 날 기념취지와 정반대의 목적으로 불법적인 공사를 강행하는 것이다. 앞뒤 상황판단도 못하고, 공권력의 앞잡이 역할로 전락한 경찰을 내세워 폭력적이고 불법적인 공사를 세계평화의 날 기념행사에 대신하고 있는 셈이다.
강정마을이 제주해군기지 사업부지로 언급되며 반대운동을 이어온 지 5년이 되고 있다. 그동안 주민들과 활동가들은 비폭력의 원칙을 철저히 지키며 지금까지 왔다. 그러나 해군과 정부는 불법적인 공권력에 항의하는 주민들을 오히려 고소․고발하며 범법자로 만들고 있다. 주민들 땅을 20년 전 공시지가 기준의 헐값으로 강탈하고 이를 거부하는 주민에게 고액의 토지 이용료와 과태료를 일방적으로 부과했다. 내 땅에 가려는 주민에게는 공사방해를 이유로 또 다시 벌금폭탄으로 위협을 한다. 이미 이 나라의 법과 제도는 강정마을주민을 외면한지 오래다.
해군은 제주해군기지를 제주도민과 해군이 함께하는 공동체 마을과 같다며 홍보를 하고 있다. 주민을 범법자로 만들고, 동의 없이 주민재산을 강탈하고 협박해 온 해군이다. 지금이 이정도일진대 만약 해군기지가 들어선 이후 기세등등해진 해군이 주민들에게 대할 행동은 불을 보듯 뻔하다. 해군의 위선과 폭력적인 언행은 가히 점령군을 방불케 한다. 사업허가조건마저 스스럼없이 위반하며 공사를 강행하는 처사는 이미 주민들의 인심 따위는 관심 없는 해군이다. 해군이 말하는 주민과 함께하는 공동체는 거짓이며, 허위일 뿐이다.
이중 협약서 파문을 계기로 제주도의회가 행정사무조사를 시작하였다. 제주해군기지 문제가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현안으로 떠오른 상태이다. 해군기지 문제를 합리적으로 풀고, 누적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정치권의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해결국면을 위해 정부와 해군은 제주해군기지 공사를 잠시 중단하라는 목소리도 정치권에서 누차 제기되어 왔다. 그럼에도 정부와 해군은 귀를 막고 온갖 의혹은 숨긴 채 불법공사를 강행하려고 한다. 국민의 소리를 무시한 오만방자한 정부와 해군이 대대적인 국민의 저항을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
해군은 이미 문화재보호법을 위반한 해상공사를 강행했고, 환경영향평가법․제주특별법 등에 근거한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을 위반한 채 공사를 강행해 왔다. 최근에는 사업부지에서 매장문화재가 발견이 되었는데도 해군은 공사를 강행하는 불법행위를 자행하고 있다. 민간개발사업이라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각종 불법이라는 불법과 편법․탈법으로 얼룩진 국가사업이 바로 이 제주해군기지사업이다. 그리고 해군의 불법행위를 지적하고 감시해야 할 제주도, 문화재청, 환경부 등은 해군의 불법공사를 감싸 안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이성을 잃은 해군의 불법적인 질주를 멈추게 할 수 있는 주체는 양심 있는 국민들뿐이라고 믿는다. 주민들의 소리를 외면하고, 국가폭력을 자행하는 정부를 심판할 주체 역시 평화를 염원하는 우리 국민들이라고 믿는다. 우리는 야만의 시대를 반복하려는 정부․해군과의 싸움에서 반드시 이길 것이다. 주민의 권리를 과도한 국가주의로 억압하고, 민주주의를 거스르는 권력과의 싸움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
우리는 이 자리를 빌어서 해군의 불법공사를 막기 위한 직접행동도 불사할 것임을 밝힌다. 구럼비를 살리고, 절대보전지역을 파괴하는 해군의 불법행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사업부지 내 시설물 철거요구는 부당한 공권력 행사로 규정하며 이에 굴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줄곧 그래왔던 것처럼 비폭력․비타협의 원칙을 지켜나갈 것임을 밝힌다. 정부와 해군의 불법행위에 상대하는 가정 위력적인 힘은 폭력이 아니라 평화의 가치를 사수하는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구럼비의 너른 바위가 넉넉히 햇살을 받고, 중덕바닷가의 파도소리가 바람에 은은히 오가는 평화의 날까지 끝까지 이 투쟁을 이어 갈 것임을 천명한다.
2011년 9월 21일 세계평화의 날.
강정마을회, 제주군사기지저지범대위, 천주교제주교구평화의섬특별위원회, 제주평화를위한그리스도인모임, 제주지역 교수협의회, 해군기지저지 평화실현을 위한 서귀포시민회의, 해군기지저지 대정읍 대책위원회,해군기지저지 안덕면 대책위원회, 남원읍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 해군기지공사 중단 및 평화적 해결을 위한 제주시 읍면동 대책위원회(구좌읍 대책위, 조천읍 대책위, 일도2동 대책위, 이도동 대책위, 용담동 대책위, 연동 대책위, 노형동 대책위, 애월읍 대책위, 한림읍 대책위, 삼도동 대책위).
